﹝Roman Hau  ‧  로만 하우﹞

지금까지 5년간, 《로만 히바나 하우》 는⋯⋯..

• 언더그라운드를 벗어나 아와유키 마을에 머무르기 시작한지 반년도 채 안 됐을 무렵─ 전학생을 위해 그라운드에 나가있던 일면식 없는 로만 가문 사람-로만 이즈미-과 조우했다. 그는 ‘문’의 위치를 알고 있는만큼 주기적으로 근방을 살펴보러 오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라운드의 기술력이라기엔 의도적으로 오버테크놀로지를 배제한 듯한 의수의 접합 흔적을 발견하고 하우가 언더그라운드 출신이라는 걸 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 이후 이대로 한 공간에서 계속 막연히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여 추가적인 단련 및 외부 정보·생활력 등을 얻기 위해  금속 공방을 하고 있다는 로만 이즈미를 따라 가미카와 지역의 아사히카와 시로 이주했다. 츠바키 일행 사이에선 비교적 빠르게 아와유키 마을에서 떠난 편일지도.

• 그 뒤로 현재까지 쭈욱 로만 이즈미의 작업실에서 머무르고 생활했으며, 히바나 대장간에서 아버지에게 어깨 너머로 배운 기술을 응용해 금속 공예를 연마했다. 솜씨가 제법 그럴싸해져 이젠 장식용 공예품 외에도 금속 재질이라면 기계 부품, 작업용 연장, 의수 파츠 등 대부분 어렵지 않게 만들거나 다룰 수 있다. 부탁했다면 무언가 만들어 줬을지도 모른다.

• 언제라도 기회가 오면 언더그라운드로 돌아갈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때문에 가미카와 지역을 자의로 벗어나는 일이 없어 쿠로바코 폰을 통한 연락은 항상 가능했으나, 섬세한 성격이 못되기에 뜬금없이 전화나 문자로 안부를 묻거나 잔소리를 던져놓고는 갑자기 증발하는 패턴의 반복이었다. 드물게 출장 업무로 가미카와 지역을 벗어나 타지로 나가게 될 때면 별안간 갑작스럽게 연락이 끊겨 걱정을 끼친 경우도 허다하다. 

【 로만 히바나 하우 】

• 1인칭이 보쿠(僕)로 바뀌었다. 

• 생일 5월 5일. 그라운드에서는 임시로나마 본인 신분과 생년월일을 알려줘야 할 때가 종종 생기므로 오랫동안 안 챙겨 버릇하던 생일을 다시 상기하게 됐다. 또한 로만 이즈미가 그라운드에서 대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성씨인 히이라기(柊)를 빌려 공방 업무 관련으로는  히이라기 하나비라는 가명으로 살았다. 히바나(火花)를 뒤집어서 하나비(花火). 

• 가명을 쓰는 이유는 다시 언더그라운드로 내려가면 이곳에선 없는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 

 【 카미나즈키 공방 】

• 아와유키 마을에서 머무르고 있을 적 우연히 만난 로만 가문 사람-로만 이즈미(40대/여성)-으로부터 도움과 지원을 받아 현재까지  아사히카와 시의 금속 공방 작업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주 업무는 금속 공예·부품 제작 보조. 타고난 양손잡이에 손재주가 좋으므로 작업에 관여한 작품들의 완성도가 꽤 높다. 주로 보조만 해왔으나 연차가 쌓이면서 개인 작업 횟수도 점점 늘고 있다. 의뢰가 아니어도 카자리카나구-화려한 금박 장식 부품-는 꾸준히 연습 제작 중.

• 공방 업무 덕에 검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무겁고 예리한 연장을 다루게 되면서 보다 근력이 강해졌다. 손에 생긴 잔상처는 조금 더 늘은 듯 싶지만 회복력이 좋은 것도 변함없다. 

• 공방 이름은 음력 10월을 부르는 별칭인  카미나즈키(神無月). 로만 이즈미가 그라운드로 올라온 해의 10월에 운영을 시작하며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동시에 ‘신이 없는 달’로 읽히기도 하니, 신의 이름이나 영혼 따위의 개념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그라운드다운 작명이 아닐 수 없다.

• 로만 이즈미와는 가짜 신분의 성씨를 통일시켜 대외적으로는 친척 관계로 위장하고 있다. 티격태격해도 사이는 좋은 편으로, 받은 도움이 많기 때문에 드물게도 약간 눌려 산다. 그런 점까지 포함해서 ‘돌아간 집안에 엄마가 깨어 있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하고 종종 생각해버리게 되는 건 비밀. 

• 언젠가 없어질 사람인 것을 고려해 가짜 명함조차 만들지 않았으면서 제작한 작업물에는 특유의 로고-깃털 모양-를 새기고 있다. 이렇듯 언더그라운드와는 다른 자유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 그라운드 생활 】

• 예민하지 않은 성격 덕에 적응력이 빨라 금세 생활력을 갖췄다. 낯가림이 없어 초면의 그라운드 사람과도 곧잘 어울리며, 가족의 생사 여부조차 알지 못한 채 벌써 5년이란 세월을 그라운드에서 막연하게 보내고 있지만 놀라울 정도로  무던하게 지내고 있다. 

• 언더그라운드와 달리 그라운드는 시시각각의 날씨 변화가 상당하므로 다른 사람에 비해 훨씬  추위를 안 타는 체질이라는 걸 알게 됐다. 홋카이도 내에서도 겨울철이 특히 춥다고 알려진 아사히카와 시에 거주하고 있으면서도 거뜬하다.

• 짧은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라고 해봤자 손바닥만한 수첩에 서너 줄 쓰는 게 전부. 작업용 앞치마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넣어두고 다니는 주제에 남이 멋대로 펼쳐보면 싫어한다.

• 자의로  책이라는 것을 읽을 수 있게 됐다. 하나즈카 학년까지 수도 없이 들어왔던 잔소리의 결실이라 주장하는 것 치고 독서 속도는 상당히 절망적. <효율적인 계획 세우기> <대화, 무엇이 중요한가?> … 이건 아직도 새 책 같은데.

【 츠바키 기수 】

• 항상 괜찮을 순 없다는 걸 수용한 뒤로 자연히  타인에 대한 걱정도 늘었다. 과보호 수준은 아니지만 의외로 자주 참견하고 개입한다. 가미카와 지역에 머무르는 아이들과는 쿠로바코 폰을 통해 꾸준히 연락을 이어왔다. 상대가 수신하지 않았다면 일방적인 연락이었을지도. 츠바키 전원과는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 홋카이도에서 삿포로 다음으로 큰 도시인  아사히카와에서 생활하고 있으므로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좋은 상태. 현재까지 아와유키 마을에서 거주하거나, 오래 거주했었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물건 따위를 대신 구해주기도 했다. 그외 연락이 닿는 지역일 경우 만나고자 한다면 언제든 만날 수 있었다.

【 아즈라 】

• 그라운드에서 눈에 띄는 날붙이를 항시 매고 다니기엔 어려움이 있는 법. 일반 장검 한 자루만 곁에 두는 횟수가 늘었다. 하나 쯤이야 공방 제작물이라 여겨지기 쉽다나. 

• 개인적인 단련은 계속 해왔지만 요괴가 없는 그라운드에선 애당초 사용할 일이 없을 터다. 그럼에도 언제라도  언더그라운드로의 복귀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에 아즈라 역시 몸에서 멀리하지 않는다. 상황 따라 흰 면장갑과 검은 반장갑을 바꿔 착용한다. 장갑은 작업용 앞치마 주머니 안에 대충 구겨져 들어있다.

【 후유증 】

• 의수 접합으로 실제 신체보다 느끼는 신경 통증 감각이 다소 둔감해져 있었는데, 5년 전 라이진 전투에서 여러 차례 강한 전격을 맞은 뒤로 그 정도가 조금 더 심해졌다. 일상 생활에 지장은 없으나 실제 다친 강도보다 확실히 덜 아프다. 잔상처가 늘어버린 것은 당연한 수순.

• 강하게 튀는 스파크를 보면 잠시 몸이 굳어버린다. 사실상 무의식적 트라우마에 가깝지만 금세 정신을 차릴 수 있으니 본인은 인정하지 않는 중.

【 마지막 불씨 】

• 본래 아버지, 어머니, 하우, 그리고 연년생 동생 마이를 포함한 4인 가족. 여동생은 13년 전 다이다라봇치의 출몰 사고에 휘말려 사망했고, 어머니-로만 미츠호-는 당시 큰 부상을 입은 이후 히가시모토 병동에 의식 불명으로 장기 입원해 있는 상태에서 5년 전 백귀야행의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이후 마찬가지로 큰 피해를 입은 니시타니 지역에서 아버지-타치바나 한조 역시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 로만 하우는  히바나의 마지막 일원이다. 본인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 다시, 문으로 】

• 약 2주 전, 방울의 신호를 느끼자마자 떠날 짐을 꾸렸다. 평소 스킨십에 박한 로만 하우가 약 5년 간 그라운드 생활을 함께 한 가족에게 선뜻 먼저 품을 내준 순간이기도 했다.

• 언제나 그랬듯 최소한의 물건만을 챙겨서 아와유키 마을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