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ne Imadou  ‧  미이네 이마도﹞

지금까지 5년간, 《미이네 쿄우 이마도》 는⋯⋯..

• 그라운드 도착 이후 불안정한 모습 보였으나 시간이 흐르며 적응했다.

• 홋카이도 내 여행을 다니곤 했지만, 5년간 지내온 곳은 언제나 아와유키 마을이었다. 연락은 항상 잘 이루어졌다.

• 약 3년의 시간 동안, 쿠로쿠모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이야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 2033년. 수베니어라는 이름의 향목점 직원이 되었다. 이후 다시 쿠로쿠모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 크게 변했다 싶은 점은 없다. 예전보단 잘 웃고, 덜 울지만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변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 검은 구름くろくも 속에 두고 온 것들은

 토키자카 : 골목이 위치한 건물이 무너져내려 진입 불가능 상태. 그 속에 파묻힌 건 가게뿐, 쿄우의 사람들은 함께 묻히지 않았으나⋯.

 쿄우 : 사망 4인｜실종 1인｜생존 1인. 이마도 미포함.

 니시타니에서 라이진이 깨어났을 때, 쿄우의 사람들은 라이진과 거리가 먼 히가시모토로 대피했다.

 이마도가 무령을 얻고 쿠로바코로 돌아가던 시점, 이미 사망해 있던 건 셋. 할머니, 아버지, 넷째 오빠. 무너지는 건물에 깔려 손쓸 새도 없이 죽었다. 토키자카에 남아 있었어도 같은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신고쿠로 향하던 중 사망한 게 하나. 첫째 오빠. 남은 가족의 대피를 위해 요괴의 시선을 끌었다. 잡아먹혀서 하반신만이 남았다. 신고쿠의 대피소에 도착한 후 실종된 게 하나. 어머니. 대피소에 사람이 몰린 탓에 셋째 오빠와 떨어지게 되었고, 니시타니로 가는 모습만이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다. 정신 착란 상태로 보였다. 셋째 오빠만이 홀로 남아 이마도가 있을 쿠로바코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 부상과 탈진으로 인해 정신을 잃었다가 며칠이 지난 후 깨어났다. 이후 어떻게든 생존하고 있으나, 그조차 정신 온전치 못하여 살아있을 동생의 이름 하나 기억나지 않는다. 이마도가 아직 쿠로쿠모에 있던 그 순간에, 그동안 요괴 피해 입지 않았던 행운을 전부 앗아가듯 쿄우 파의 사람들은 스러졌다.

 전부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

라이진 해봉 전 다른 아이들과 마을을 돌아다닐 때, 시취에 섞여 사랑하는 사람들의 향기가 났으니까⋯.

 쿠로바코 : 라이진과의 싸움이 끝나면 돌아오고 싶었지만, 돌아올 수 없었다. 기숙사에 남겨진 건 전부 소각되었다.

◇ 그라운드에서의 3年

 도착 직후. 처음 보는 광경에 두근거리는 것도 잠시. 전투의 여운과 낯선 향기 탓에 어지럼증을 호소. 마을로 내려가던 중 정신을 잃고 내리 며칠을 잠 속에 갇혀 있었다. 신체에 영향을 줄 만한 큰 부상은 없었으나 정신적 영향은 컸던 모양. 깨어난 이후에도 쉽게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도피성 수면과, 악몽에 의한 발작, 츠바키 모두에 대한 집착을 반복했다. 웃음을 되찾은 건 그라운드에 도착하고 약 50일쯤 지난 5월 중순. 두 번째 보름달이 떠오르던 날, 밤하늘 아래 피어난 등꽃을 바라본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도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항상 꽃과 함께 서 있었다.

 -2030 겨울. 그라운드의 풍경을 조금씩 눈에 담기 시작했다. 5월 30일, 자신의 생일에는 후라노의 라벤더밭을 찾았다. 여름에는 샤코탄 바다의 푸름을, 가을에는 토요니호의 하트 호수의 맑음과 단풍의 붉음을, 겨울에는 삿포로의 눈축제의 순백을. 홋카이도 밖으로는 거의 나가보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다채로운 풍경 속에서 불안정한 모습 온데간데 없는 순진한 모습으로 웃었다.

 2031. 목숨의 위협 없고 아름답고 이상적인 환경 속, 그라운드의 평범한 삶에 대한 동경을 가졌다. 17세의 봄. 벚나무는 졸업과 입학을 뜻한다고 하던가. 쿠로쿠모를 졸업할 나이여도 이곳의 사람들은 이제 고등 교육을 받을 시기. 예쁜 교복을 입고, 손을 잡고 걸으며, 정해진 것 없는 장래에 고민하는 제 또래 아이들이 조금은 부러웠다. 제대로 된 신분 없는 사람이 학교에 갈 수 있을 리 없지만.

 2032. 굳이 어른이 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세상에서 이마도는 성장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라운드, 아와유키 마을에 안주. 츠바키의 아이들이 마을을 두고 떠나는 건 슬펐지만 애써 붙잡지는 않았다. 빛이 가득한 세상이니까, 두려움이라곤 없을 것 같은 곳이니까. 무언가에 의존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무언가 중요한 걸 잊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고, 마음속이 공허하다.

 2033. 이만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단 한 번도 쿠로쿠모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문득 자신의 곁에 늘 존재하던 테루테루보즈 인형이 눈에 들어온다. 어째서인지 오빠라고 부르는 것에 망설임이 사라졌다. 목의 리본에 무령을 달아주었다. 손을 잡고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알 수 없는 향기에 이끌려 골목길 사이로 발을 들였다⋯.

◇ 곁에 있는 방법 術ニア

 가미카와 현, 아와유키 마을이 위치한 산이 보이는 지점. 알 수 없는 향기에 이끌려 골목길 사이로 발을 들이면, 은은하게 타오르는 등불과 수베니어 術ニア 라는 명패 달린 고풍스러운 -나쁘게 말하자면 오래된- 향목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익숙한 풍경. 자신이 정말 좋아했던 곳을 닮은 장소. 떨리는 손으로 향목점의 문을 열었더니 몰려오는 향기에 눈물이 나서, 가게 주인이 곤란해질 정도로 울었다. 향기는 소중한 것을 떠올리게 해. 마음에 새겨진 특별한 기억들은 잊으려 해도 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지금껏 외면해 왔지만, 이마도는 여전히 추억이 소중했다. 어느 세계에도 불변할 법칙. 수베니어의 주인은 참 태양 같은 분이셔서, 부족한 형편에도 이마도를 도와주었고 이마도는 수베니어의 직원이 되어 함께 향을 만들었다. 그중 호평을 받은 건 시간을 새기는 향기 時刻香, 즉 토키자카라는 이름을 지닌 시리즈 상품이었다. 장례를 위한 향은 다루지 않았다.

토키자카 時刻香 : 현실의 것과는 결이 다르지만, 더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향이 난다는 의견이 있다. 마치 본 적 없는 장소를 동경하는 분위기라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는 쿠로쿠모 언더그라운드에서 만들곤 하던 상상 속 그라운드의 향이었으니⋯.

◇ 아와유키 마을의 아야나시 綾無し

 가끔 풍경을 눈에 담기 위해 홋카이도 내를 돌아다니거나, 마을 밖으로 나간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조금 더 멀리 떠나본 적도 있지만 5년간의 거주지는 늘 아와유키 마을이었다. 기숙사에 불쑥 놀러 가던 과거처럼 다른 아이들의 집에 불쑥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할 정도로 교우관계는 상당히 원만한 편. 31년부터 32년 사이는 조금 거리감이 있었던 것도 같지만⋯. 쿠폰이 아닌 그라운드의 휴대폰을 마련하여, 마을을 떠난 아이들에게도 매일 꼬박꼬박 아침 인사를 보냈다. 답장은 오지 않아도 괜찮았다.

 2033년, 토키자카를 제작하게 된 시점부터 쿠로쿠모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외면하지 않고 마주 보기로 결심한 걸까? 그와 동시에 어리광은 다시 늘어나 모두와 함께있고 싶다는 기색을 보였고, 마을을 떠난 아이들이나, 자기 가족에 대한 소식을 아는 듯한 반응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딘가 이질감이 든다. 연락이 닿지 않는데 어떻게 알아?

 대화 속 시간축이 조금씩 뒤틀린다. 몇 년이 지난 일을 바로 어제의 이야기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함께 보았던 장면을 꿈이라고 판단하거나, 눈앞의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채는 데 시간이 걸린다. 키가 이렇게 컸던가, 표정이 이렇게 다채로웠던가. 원래 반말을, 존댓말을 사용했던가. 늦은 밤 산책을 하다가 통금 시간을 어겨 로쿠로 선생님에게 혼날지도 모른다거나, 실수해서 다친 후에도 이누가미 선생님이 치료해 줄 테니 괜찮을 거라거나, 돈이 생기면 무심코 메다마 언니를 찾고, 새벽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낮잠을 자겠다며 마을의 도서관으로 향하고, 수베니어에 가기 전 니시타니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거나, 바람이 불어 도어벨이 울리면 허공을 보며 어서 오라는 인사를 건넨다. 그렇게 1년, 2년⋯.

 ⋯그라운드에 도착한 이후로부터 내리지 않는 열 탓에 머리가 멍하다. 5년이라는 기나긴 꿈을 꾼 기분이다. 과거를 마주 보는 것과 동시에 추억에 잠식당하고 있다. 숨길 것도 없는 정신 착란 증세. 이마도는 현재 환각을 보고 있다.

◇ 만개의 등꽃 伊万藤

 변하지 않았다. 과거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