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n Isao  ‧  반 이사오 ﹞

지금까지 5년간, 《반 쿠스리 이사오》 는⋯⋯..

• 웃는 일이 많아졌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조금은 옅어진 듯, 무던한 모습. 평화로운 생활에 감겨든 것일지도 모른다…

• 아와유키에서 지낸 것은 아주 잠시. 점점 밖으로 이동하며 현재는 삿포로 도시 끝자락, 낡고 허름한 빌라에 자리 잡고 있다. 

• 초반에는 그래도 간간이 연락을 하며 지냈으나, 점점 아와유키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더니 근래에는 본인이 먼저 연락을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연락을 위해 쿠폰이 아닌 핸드폰을 장만하기는 했으나…. 연락하는 것도 자신이 필요할 때뿐이다.

• 근근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고 있으며, 그마저도 불성실하다. 현재는 집세가 석 달 째 밀려있다고.

• 쿠로쿠모에서 지낼 때와 비교하자고 한다면, 압도적으로 잘 못 살고 있으나, 본인은 지금이 마음에 드는 듯.

[이사오의 5년]

• 친구들과의 관계가 나빴냐 하면,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올라온 초반에야 서로 간에 의지해야 했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사오는 점점 친구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 처음에는 아와유키에 머물렀다. 집을 구하는 데 돈이 든다는 건 처음 알았다. 사정사정하여 작은 방을 하나 빌리고, 돈이 부족하니 제법 괜찮은 아르바이트도 구했다. 그리고 돈을 벌어 조금씩 밖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관광지 위주로, 눈이 유명한 곳, 바다가 유명한 곳, 별을 볼 수 있는 곳, 온천, 마츠리, 마츠리! 그리고 점점 이동하는 범위를 넓혀 가더니 나중에는 완전히 거주지를 옮겨 버렸다. 삿포로, 도시의 끝자락, 완전히 소란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시골도 아닌 곳. 

• 낡고 허름한 빌라에 거주하고 있다. 오래되어 수도도 엉망이고 난방도 잘되지 않지만 햇빛만큼은 잘 드는 곳. 이 건 몇 번 째 집이더라? 현재는 석 달 째 집세가 밀려 독촉을 받고 있다. 실은 이전에도 집세가 밀려 쫓겨난 적이 있다. 그래서 잠깐 노숙을 했었다지.

• 한 번 잡은 아르바이트는 오래 하는 일이 없다. 짧게는 하루, 제일 길게 한 게 3개월이던가. 아르바이트도 수월하게 한 적이 없다. 일을 구할 때면 흉터가 방해 됐고, 겨우 구한 일도 그 흉터로 시비가 걸려 오기 부지기수. 결국 그 일로 싸워서 짤린 일이 몇 번이나 있을 정도니까. 그나마도 돈이 부족해져야만 일을 구하고 영 일을 못 구하면 돈 없이 산다. 밥을 굶을 때도 있지만 몸 뉠 곳이 있으면 그다지 상관없다는 태도.

• 아주 가끔 도서관으로 향한다. 그라운드의 생활과 문화에 관심이 있으나 귀찮은지 자주는 못 간다.

• 방울이 울리기 시작한 후 10일이 지나서야 아와유키에 돌아왔다. 한 손에는 편의점 봉지, 콜라를 몇 캔이나 샀는지… 돌아와서 대뜸 한다는 말이 “왜 이렇게 추워… 나 외투 좀 빌려줄래?” 였다고. 

[이사오, 본인]

• 10월 18일생,  B형.

• 반이라는 성이 그라운드에서 쓰이지 않는 것을 알고 조금 헤맸다. 쿠스리도 물론 쓰이지 않아서… 대충 발음이 비슷한 쿠스다(楠田)라는 성을 가져와 붙였다. (아르바이트 구할 때만 쓴다.)

• 웃음이 늘었다. 이유를 꼽자면 죽음을 신경 쓸 일 없는 환경 때문일 것이고, 또, 아침에 받는 햇빛 덕분일 것이다.

• 여전히 생존이 우선적인 가치냐 하면, 그래, 여전히 그렇다. 다만 예전만큼 이것만이 목표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 웃는 것 치고 정신상태가 마냥 좋지는 않았는데, 그래. 본질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여전히 남 탓을 하고 비관적인 생각 일색에, 자기중심적이기까지 했다! 거기에 흉터로 인한 사람들의 적대적인 태도, 마냥 상냥하지 않은 그라운드의 사람들, 그 중에서도 제일 저를 깎아 먹는, 억울함. 억울함이 자꾸만, 자꾸만 그를 갉아먹었다. 그는 별로 행복하지 못했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는 거야, 너넨 뭔데 행복해?

• 여전히 콜라를 좋아한다. 그리고 하늘을 보는 게 좋다. 높고 맑은 하늘, 구름 낀 하늘, 비 오는 날, 눈, 별! 

• 그리고 여전히 꽃을 싫어한다.

[그 외]

• 아버지는 사망, 어머니는 히가시모토의 난리에도 살아남았다. 그러나 본인은 가족의 생사에는 관심이 없고, 알지도 못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해도 불쾌할 뿐이다. 

• 쿠로쿠모에는 그다지 돌아가고 싶지 않다. 누라리횬을 마주치고 싶지 않다. 누라리횬을 마주쳤던 일이 제법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