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n Souta  ‧  반 소우타 ﹞

지금까지 5년간, 《반 쇼우 소우타》 는⋯⋯..

• 지난 5년간 한곳에 오래 머문 적이 없었다.

• 정처 없는 발걸음 끝에 마지막으로 닿은 곳은 나고야. 그동안 어떤 노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건설 현장에서 자재를 나르고, 공장에서 기계를 돌리며, 택배 상하차와 대형 화물 운반, 하역 작업, 기계 정비까지. 단기 계약과 일용직을 전전했다.

• 절망스럽게도, 쿠로바코의 아이들과 연락한 횟수는 0회! 기계치라는 핑계는 너무 뻔할까?

• 이제 고향을 그리워하는 새는 남아 있지 않다. 존재감 미비한 인간으로선, 변화하는 삶에 발맞춰 갈 수밖에. 다만 그 형태가 체념도, 승화도 아니라면⋯⋯. 함께 묻어버리자. 그러자 많은 감정이 숨을 죽였다.

• ⌜그라운드⌟ 의 쇼우(翔)

가족의 생사를 알 길 없음에 모두 폭풍에 휩쓸려 사라졌으리라 여긴다. 이따금 부서진 터전을 떠올리며 서글퍼하지만, 더는 예전처럼 매여 살지 않는다. 설령 살아남은 이들이 있다 해도 담담히 맞이할 테다.

• • • • 불타오른 땅은 새싹이 움트기에 적절한 양분이 되어준다 했던가? 마음은 새롭게 자라났으나, 그 형태가 이전과 같지 않음은 자명하다. 돌아갈 둥지가 사라진 이상, 날개를 퍼덕일 이유도 없다.

      • 당연히 추락 속에 반항할 구석이 없으나, 도리어 바닥에 부딪히는 충격을 반동 삼고자 한다. 그러니 죽을 듯한 고통조차 웃어넘긴다. 원초적 공포는 둥지의 잔해와 함께 묻었다. 한계를 넘나드는 감각. 생과 사를 가르는 순간의 쾌감. 온몸이 부서질지언정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그라운드⌟ 의 소우타

바쁜 세월살이에 아이들과 연락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 • • • 거주지를 수시로 옮긴 탓도 있었지만, 돈을 아낄 생각도 없었기에 그저 살아가는 데 급급했다.

      • 겨우 2년 만에 마련한 눈 수술 비용마저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불법이나 다름없는 시술을 받아야 했다. 그 탓에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시야가 흐릴 때가 많지만⋯ 아무렴 오케이! 언젠가 언더 그라운드로 돌아가서, 그때 다시 시술을 받으면 그만이라 여겼다. 남은 3년 또한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 지난 5년 동안 아즈라를 사용하지 않은바. 이제는 추진력을 얻어 날아오른다는 개념조차 어색해졌다.

      • 여전히 요리에 능숙하다. 그러나 직접 조리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허름한 길가의 음식이든, 주변인이 먹다 남긴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입에 넣었으니까! 그저 배가 부르면 그만이었다.

그럼에도 청년의 삶은 평온하다. 땅에 내려앉은 새가 다시 비상하기 위해선 먼저 가벼워져야 하는 법. 따라서 그는 가진 것도, 잃을 것도 없다. 떠도는 바람처럼 일정한 궤적 없이 흩날린다. 그저 스쳐 가는 구름처럼 살아왔다.

• • • • 그렇기에 방울이 진동하는 순간, 망설임 없이 걸음을 박찼다. 이제는 결코 놓을 수 없는 숙원을 이루어야 할 때다. 설령 끝없는 충돌이 그를 맞이한다 해도, 기꺼이 대가를 치를 각오가 되어 있다.

      • 물론 돌돌돌⋯ 득득득⋯⋯ 덜컹거리는 고물 트럭을 끌고 오는 데 열흘이나 걸렸지만!

      • 겨우 사흘 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드넓은 지상 세계를 경험하게 된 그는 자신의 주제를 깨달았다. 마침내 새로운 목표를 찾았다.

• • • • 그리하여 위를, 높고 아득한 곳을, 기어이 인간의 시야로는 닿을 수 없는 저 너머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