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n Yoh  ‧  반 요우 ﹞

지금까지 5년간, 《반 시로 요우》 는⋯⋯..

• 훗카이도, 가미카와 현의 아와유키 마을에 계속 거주했다. 하지만 마을의 내부는 아니고, 산등성이에서 지내긴 했지만. 초반 2년간은 같은 가미카와 현에 거주하는 클래스메이트와도 전혀 이야기를 나누지 않다가, 3년째가 되는 해애 먼저 연락했다. 먼저! 3년이 되던 해 이후로, 클래스메이트의 생일 때마다 쿠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다. 

  • • • • 예시: ⌜안녕, ■■ 군. 잘 지내? 오늘 눈이 왔는데 봤을까?⌟, ⌜그래, 다음에 봤으면 좋겠어.⌟, ⌜무 조림⌟. 

• 여전히 산등성이에서 지내고 있는지라, 아와유키 마을에는 잘 내려오지 않는다. 현재는 신세를 지고 있는 사이온지 한코의 설농업(雪農業) 을 돕는 중이다. 그래, 무려 밭일을 한다! 주로 재배하는 것은 설중당근과 설중배추 등이다.

• 취미는 여전히 독서인지, 가끔 아와유키 마을에 내려올 때마다 책을 한아름 가지고 다시 올라간다. 

•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성격일 것이다. 여전히 도련님 스러운 점은 남아 있지만, 상대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은 많이 줄어들었다. 그야말로 나이 스물셋에 사람 됐다! 

• 요우 (耀)───녹아내린 만년설. 

  • • • 욕망이 가득 들어간 그 이름의 유래는 ‘반짝임’ 이다. 나름? 반짝이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지금껏 생존해 있으니, 본인은 만족 중이다. 

      • 그라운드에서는 자신을 시로우 요우(白桜耀) 라고 소개하고 다닌다. 반(帆) 은 현재 일본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성씨가 아니기에, 대충 자신의 분파명을 변경하여 임시로 성씨를 만들어 냈다. 그야, 백수이기도 하며 잘 하는 것도 딱히 없는데 성씨까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 사람들은 어디서 굴러온 범죄자 또는 한량인가 하고 의심할 것이 아닌가. 

      • 이제 제법 잘 웃는다. 어딘가 만들어진 것 같은, 살짝 어색한 웃음이 아닌, 자연스러운 웃음이다. 타인을 대할 때도, 마냥 기계적이던 이전과는 달리 “──군” 으로 호칭을 바꿔 부른다. 다만, 일인칭은 여전히 오레(俺). 

• 츠바키 (椿)───그 이후 요우는. 

  • • • 그라운드로 올라온 직후, 츠바키 기수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늘 그렇듯 말이다! 하지만, 사이온지 한코(西園寺花子) 의 “친구는 소중히 해야 한다” 는 잔소리를 못 이겨, 이후 서서히 동화되어 먼저 연락을 취하고 있다. 문자에 답을 전혀 안 하는 클래스메이트에게도 꾸준히 보낸다. 처음에는 ‘안녕’ 등의 인사말을 보내는 듯 하더니, 쭉 답이 없으면 개인 메모장 정도로 쓰고 있다.

      • 사이온지 한코는 제멋대로 클래스메이트들과 멀어져 아와유키 마을의 산을 넘으려 할 때 (생각해 보면 이것조차 웃긴다. 왜 아무것도 없으면서 무작정 산을 넘으려 했을까? 말 그대로 도련님의 만용이다.) 눈사태 속 빈사상태에서 만났다. 사이온지 한코(82세, 여성) 은 웬 멀쩡한 남자가 눈보라 속에서 죽어가고 있길래 구해 줬다고 한다. 

      • 사이온지 한코는 정이 많은 노부인으로,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던 요우에게 각종 상식을 불어넣어 줬다. 즉, 많이 혼이 났다! 요우는 여태껏 집안에서 도련님으로 자랐으며, 츠바키 기수 역시 모두 자신에게 친절했기에, 이런 경험은⋯⋯ 처음 겪어보는 경험이었다. 

      • 이후 사이온지 한코의 산등성이 오두막에서 함께 지내며 늙은 여인을 보살피고 있다. 그 덕에 절망적으로 없던 생활력이 꽤 늘었다. 이제 스스로 죽 정도는 끓일 수 있다. 

      • 마찬가지로, 사이온지 한코를 도와 설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제 스스로 밭을 일구고, 당근과 배추를 심고, 길러낼 수 있다.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다. 

      • 여전히 독서를 좋아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책을 산더미처럼 안고 산으로 올라가는 요우를 볼 수 있다. 마주칠 때마다 잘 웃는 모습이 보여, 본인은 그라운드의 생활에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는 듯 보인다. 

• 아야나시 (綾無し)───이제 우리는.

  • • • 그래서 쿠로쿠모 언더그라운드로 귀환하기를 원하는가? 여전히 반 요우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냥 현재를 살아갈 뿐이다. 근래에 들어 요란스럽게 울려대는 방울을 사이온지 한코에게 숨기려고 노력 중이다. 

      • 아와유키 마을로 하나둘 돌아오는 친구들을 마주한다면, 진심을 다해 반겨주고 있다. 아와유키 마을에서 떠난 적이 없기에, 5년 전부터 쭉 같은 곳에서 거주한 셈이다. 

      • 가족의 생사 여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관심이 없다! 가족이 죽었다고 해도 전혀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학습된 감정의 폐해이다. 나름 인간적인 척을 하고 있지만, 결코 그에 가까워질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