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 Yoru  ‧  로만 요루﹞

지금까지 5년간, 《로만 요보로 요우》 는⋯⋯..

• 여전히 무덤덤한 얼굴이긴 하나, 예전처럼 경직됐다는 느낌은 아니다. 한결 편안해진 듯 입가에 미소를 띈 모습도 많이 보인다.

• 분파의 지침으로 어둡게 염색하고 다니던 머리를 이제 자연모 그대로 두게 됐다. 

• 따로 꾸준히 일을 하거나 한곳에 정착하지 않았다. 그저 5년동안 일본의 각지를 유랑하며 여행했다. 

• 항상 타지살이를 하는 탓에 연락이 뜸하다. 한달에 한 번씩은 꼭 마을로 편지를 보내긴 하지만 여행지 얘기와 풍경 사진만 잔뜩. 그때그때 지역이 달라지는 걸 보면 참 신출귀몰하다.

一. 가족

• 5년 전, 라이진 사태에 휘말려 분파원 2명(셋째 삼촌-스승님-, 넷째 이모) 사망. 신구를 찾던 중 가족과 연이 있던 이웃이 보낸 부고 문자로 알게 됐으나, 할 일도 많고 남들을 돌보느라 바빠 전혀 티 내지 않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위로를 자주 하던 것도 이 때문. 그라운드에 올라오고 나서야 실감이 났는지 답지 않게 많이 힘들어했다. 

• 이후 그라운드에 머무는 사이 2명(조모, 첫째 이모)이 요괴에 의해 추가로 사망. 결과적으로 현재 남은 가족이 첫째 이모네의 사촌 언니, 오빠 둘 뿐이다. 다만 요루와는 교류가 적었던 탓에 굉장히 서먹한 비즈니스 관계. 가족이라 칭하기도 애매하다. 아니, 애초에 돌이켜보면 진짜 가족이라고 할 만한 건 스승님뿐이었지만.

• 그라운드로 떠나기 전 사망한 이들의 생사 여부는 알고 있으나, 이후 사망한 이들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二. 스승님

• 제 의수를 만들어주었던 장본인. 처음으로 제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자유와 행운을 빌어준 사람.

• 지금은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기일이 되면 하늘을 향해 향을 피우고 술잔을 기울여준다. 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三. 기본 정보

• 생일은 6월 21일. 탄생화는 달맞이꽃이다. 여전히 생일엔 그다지 관심이 없다.

• 그라운드에 올라오고 나서 좋아하는 게 많아졌다. 여행, 바다, 산, 들판, 풍경 사진, 햇빛, 달빛, 신기하게 생긴 건물, 신기하게 생긴 음식, 자신을 스쳐 지나간 무수히 많은 사람과 무수히 많은 동식물까지.

• 싫어하는 건 여전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무시하는 태도, 예의에 어긋나는 태도.

• 예전에 자주 되뇌던 좌우명은 이제 머릿속에서 지웠다. 새로운 걸 찾고 있는 듯.

• 몸 전체에 자잘한 상처가 많고, 손을 만져보면 굉장히 투박한 편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식사할 때를 제외하고는 양손을 사용한다. 원래도 손발이 차갑긴 했으나, 특히 의수는 인간의 온기라곤 완전히 느껴지지 않을 정도. 

• 닌자의 꿈은 언젠가부터 접었다. 요루에게 닌자란 애증의 존재나 마찬가지. 진심으로 좋아하고, 또 동경했으나 다른 분파원들 같은 완벽한 닌자가 되기엔 그에 어울리는 재능도 없고, 천성도 맞지 않았다. 여태껏 애써 외면해 왔건만 이제는 깔끔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자신과 닌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 포기하고 좌절했다기보단 오히려 후련해 보인다. 어차피 사람은 시시각각 변하는 생물 아니던가. 이젠 또 다른 꿈을 찾아 떠나면 될 일이다. 

四. 어투

• 호칭은 전부 성씨+공(どの)으로 통일. 단, 4대 가문 아이들이라면 분파명으로 대신한다. (이제 분파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 없어지긴 했지만… 그냥 입에 붙어버린 탓인듯.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한다면 들어줄지도 모르겠다.) 일인칭은 소인(せっしゃ).

• 중성적인 외모만큼이나 목소리도 평탄하다. 너무 높지도, 그렇다고 너무 낮지도 않은 듣기 좋은 목소리 톤. 

五. 그간의 일

• ㅤ그라운드에 올라온 직후  |ㅤ원래는 아와유키 마을에서 쭉 지낼 계획이었다. 스승님의 죽음으로 기운이 없기도 했고, 특히 혹시라도 ‘문’이 열리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훈련하며 감시할 계획이었으나⋯ 차분해진 마음으로 둘러본 지상은 훨씬 더 아름답고 풍요로웠던지라. 문득 그의 내면에서 자유에 대한 결핍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 ㅤ약 두 달 후  |ㅤ방울의 힘이 돌아올 낌새가 없자 결국 올라온 지 두 달 만에 홀로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 모든 건 충동과 결핍의 결과. 그렇게 요루는 어느 날 밤, 간단한 쪽지만을 남겨두고 홀연히 사라졌다. “조금 멀리 갔다 올까 하오. 추후 편지할 테니 걱정 말고 잘 지내시구려.” 

  • 굳이 따로 인사를 하지 않은 이유는 생각보다 별거 없다. 어차피 금방 돌아올 것 같았고, 정이 든 친구들을 보면 떠나기 싫어질까 봐. 나름 고심해서 한 행동이었으나 남들에게 어떻게 보였을지는⋯ 안 봐도 뻔하다.

• ㅤ떠돌이 생활 초반  |ㅤ도중 다른 시골 마을에서 우연치 않게 도둑을 잡아주었더니 주민들이 감사의 의미로 먹거리를 나누어주었다. 그걸 계기로 마을 어르신들의 농사를 돕거나 경찰들을 대신해 취객들을 상대하는 등 다양한 소일거리를 하며 의식주를 조촐하게 해결하게 됐다.

  • 갑자기 나타난 외부인인 만큼 주민들이 충분히 수상함을 느낄 수 있었지만, 특유의 신뢰감 드는 페이스와 예의 바른 태도, 똑부러지는 행동들이 잘 먹혀들어 갔다. 게다가 코우네 시절 쿠로쿠모 언더그라운드를 순찰하고 주민들의 의뢰를 해결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 로만이라는 성 대신 모치츠키(望月)라는 성을 임시로 사용했다. 어디서 왔냐 묻는다면 산골짜기에서 가족들과 지내다 왔다며 대충 둘러댔다고 한다. (얼추 맞는 말이긴 하다.) 다만 흉기를 들고 있던 도둑이나 덩치가 큰 취객도 깔끔하게 제압하는 모습하며, 수상할 정도로 붕대를 칭칭 감은 왼팔 탓에 비밀리에 활동하는 공안 아니냐는 소문도 잠깐 돌았다고⋯⋯. 

  • 길어도 두 달 이상 같은 마을에 머물지 않았다. 가는 곳마다 주민들을 많이 돕고 다닌 탓에 떠날 때가 되면 못내 아쉬워하는 이들이 꼭 있었다.

• ㅤ떠돌이 생활 중반  |ㅤ사실, 그는 이 생활에 별다른 이름을 붙이지 않았었다. 그저 자유로운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 하나로 내디딘 걸음이었건만⋯ 그렇다면, 지금은 여행 중이신 거군요? 여기가 몇 번째 마을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때쯤 한 주민이 이리 물었고, 그는 그제야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게 여행旅行이라는 걸 깨달았다. 

  • 이쯤부턴 어딘가를 가기 위해 표를 구매하는 행위나 사람들 사이에 섞이는 것도 아주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성격이 점차 변하기 시작했던 것도 이때쯤. 

  • 돈이 없을 땐 히치하이킹을 하거나 숲에서 홀로 야영을 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걷기도 하고,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먹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이 정도의 고난은 제게 아무것도 아니니까. 

  • 그런 와중에도 검을 다루는 훈련은 쉬지 않았다. 예전보다야 훈련량은 훨씬 줄었으나… 어째서인지 전보다 실력이 늘었다. 

• ㅤ여행의 막바지  |ㅤ그렇게 5년간 일본 전국을 여행했다. 도시와 시골, 숲과 바다, 사람이 많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 모든 곳이 신기하고 새로웠다. 더 이상 그를 가로막고 있는 높은 담벼락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더 멀리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가보고 싶다. 모두에게도 이 광경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 생각할 때쯤⋯ 방울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 일주일 전, 마침 일본의 전국을 다 돌았던 터라 마지막 여행지였던 큐슈에서 큰 아쉬움 없이 오키나와로 출발했다. 아와유키 마을로 돌아가는 건 장장 4년 만의 일이었다. 느긋하게 이동한 탓에 아와유키 마을에 도착한 건 고작 하루 전.

  • 5년간의 여행이 굉장히 만족스러웠음에도 미련 없이 출발한 건, 안 그래도 점점 고향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 걱정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두와 약속한 걸 쉽게 어길 정도로 책임감 없는 사람도 아니었다. 

六. 교우 관계

• 대부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본인은 생각 중이지만, 작별인사도 없이 훌쩍 떠난 시점에서부터 묘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전보다 곁을 내주고, 선을 긋지도 않지만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 만큼 자기 삶을 사느라 친구들에게 소홀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제 딴에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단 소리를 절대 믿지 않지만… 글쎄, 과연 상대의 입장에서도 그렇게 느꼈을지는 모를 일이다. 요컨대 악의 없이 타인을 서운하게 하는 건 쭉 지속됐던 모양. 

• 연락이 매우 뜸했다. 그야 갖고 있는 연락 수단이라곤 쿠폰뿐이고, 아와유키 마을에 돌아간 건 초반 딱 1번 뿐이었으니. 그래도 모두를 잊진 않았는지 달에 한 번씩은 아와유키 마을에 짧은 편지를 보냈다. 습관이 든 탓에 자기 얘긴 별로 없고 온통 여행지 얘기와 풍경 사진만 잔뜩이다.

七. 그리고 현재

• 매우 안정된 상태다. 몸이든, 마음이든. 돌아가면 누라리횬과 충돌해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큰 두려움은 없다. 이 또한 각오한 일이니까. 그저 두려움에 떨고 있을 친구들에게 의지되는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