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ne Yusei  ‧  미이네 유세이 ﹞

지금까지 5년간, 《미이네 카게 유세이》 는⋯⋯..

• 이전보다 여유롭고 느슨해졌다. 타인을 신경 쓰는 행위는 여전하나, 사회성을 통해 유도리 있게 감출 수 있게 되었다. 츠바키를 애정하는 마음을 과거보다 친밀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중.

• 그라운드 진출 직후, 대략 3개월 정도 아와유키 마을에 거주하며 조용하고 우울한 모습을 보였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이어가며 적응 자체는 문제 없는 모습을 보였으나 언더그라운드를 향한 미련이 깊어보였다. 이 시기, 쿠폰을 통해 상대의 반응 여부와 상관없이 잦은 연락을 진행했다.

• 3개월 이후부터 2년까지, 우연히 만나게 된 ‘이카리 아마네’와 친해져 그의 부모가 운영하고 있는 간사이의 효고 현, 다케노초에서 운영하는 펜션의 관리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했다. 가미카와 현을 떠나게 되며 일방적으로 연락 중단, 언젠가부터 주소 없는 편지를 통해 주기적으로 일방적인 소식을 남겼다.

• 2년으로부터 2개월의 공백기간 이후, 동네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의 납골당에서 납골당 관리자로 일했다.

• 그라운드에서의 생활 총평, 원래부터 그라운드 사람이었나? 그렇게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에 비해 완벽한 적응력을 보이며 수월하게 살았다.

Ⅰ. 인적사항 및 가족관계

1.  뿌리, 신고쿠 외곽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다섯의 생존인원

2.  가지, 효고 현의 다케노초에서 만난 이카리 家

1. 재앙은 공평히 찾아왔고 그들의 이념은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뻗어있을 것이니 평안을 바라기 어려울 것이다 ― 라는 것이 청년의 예상이다. 언더그라운드를 탈출하여 가미카와 현에 머물렀던 3개월, 그리고 다시 돌아온 지금까지 가족에게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았으므로. 가족의 생사 여부를 알지 못하면서도 우울하거나 슬퍼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아직까진 자신이 ‘그들’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그라운드에서 뿌리를 닮은 좋은 인연을 만난 것도 이유 중 하나라 볼 수 있겠다. 아와유키의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 친해진 ‘이카리 아마네’로부터 시작된 이카리 家와의 만남은 불안하게 살아가던 청년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투박하고 진솔한 애정 뿐이었으나, 내내 ‘이방인’이던 청년에게 그 애정은 무엇보다 귀한 것이었다.

이카리 家 사람들은 청년을 친자식/친형제처럼 대해주었고, 덕분에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을 다시 배울 수 있었다. 하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미지뿐인 세계에도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생겼다고. …물론 그래서 아와유키 마을로 돌아올 때 여러모로 애를 먹었지만!

Ⅱ. 부정할 수 없는 뿌리, 쿠로쿠모 언더그라운드

1.  외면할 수 없는 고향을 향한 미련

2.  변함 없이 애정하는 ‘츠바키’

1. 그라운드로 올라와 약 3개월, 청년은 아와유키를 떠나지 못하고 조용하고 우울하게 매일을 보냈다. 몸에 밴 관성이 있으니 꾸역꾸역 단기 아르바이트 형태로 다양한 일을 진행하며 지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먹고 살기 위함이었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그나마 웃어보이며 옛날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이 또한 오래 가지 못했다. 여가 시간에는 항상 말없이 언더그라운드가 있던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으니, 고향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함이 명백했다.

2. 그라운드에서부터 이어져온 인연인 ‘츠바키’를 소중히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익숙한 곳에서도 좋아하던 사람이었으니 온통 주변이 낯선 그라운드에서는 얼마나 더 소중했겠는가. 아와유키 마을에서 머무는 내내, 「쿠폰」을 이용하여 전원에게 사소한 이유로 자주 연락했다. 안부를 묻는 말부터 시작하여 날이 좋다, 쿠로바코에서 지내던 시절의 꿈을 꿨다, 생일 축하한다 등. 상대가 답을 보내지 않아도, 심지어는 가미카와 현을 떠났다 하여도 상관하지 않았다. 조금 강박적인 면을 보이나 싶었지만….

그것은 딱 3개월까지의 이야기. 어느 이른 아침에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또 봐요.」라는 문자 한 통을 보낸 이후로 불시에 연락이 끊겼다. 그러다 그라운드 진출 후 7개월이 되는 시점, 주소지 없이 ‘카게사와 유세이’라는 이름이 적힌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 잘 지내시죠?  날씨가 좋길래 편지 한 장 써봐요. 저는 펜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고 있어요.

이를 기점으로 두어 달에 한 번, 그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일방적인 편지를 보내는 게 전부였다. 펜션 관리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이후, 4개월 정도 편지가 끊기긴 했지만 여튼. 전달 여부도 알 수 없는 연락을 꾸준히 보내는 게 취미인가보다.

Ⅲ. 미지의 세계, 그라운드에서의 삶

1.  효고 현의 다케노초, 이카리 펜션의 관리 아르바이트생

2.  이카리 펜션 인근,  납골당 관리자

1. 약 3개월의 방황을 이어가던 중, 공원에서 ‘이카리 아마네’라는 사람을 만났다. 붙임성이 좋은 아마네는 적극적으로 말을 붙이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청년을 마음에 들어했다. 그 결과, 거의 매일 공원에서 만나 2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고… 무얼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는 한 마디에 냉큼 자신과 함께 효고 현에서 부모님이 운영하는 펜션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는 건 어떠하냐고 제안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청년은 그 제안을 승락하고 망설임 없이 가미카와 현을 떠났다. 관광지가 아닌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자리잡은 펜션에서 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펜션 청소부터 시작해 식사 준비 보조, 투숙 중인 손님 응대까지. 익숙하게 잘 해낼 수 있는 업무는 자신감을 높이기 좋았으며, 끊임없이 사람과 소통할 수 있어 상념을 날리기에도 적절했다. 그리하여 약 2년 간 이카리 家의 집에서 함께 지내며 큰 문제 없이 아르바이트를 이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먼저 제안해주고, 가족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며 내내 함께 일하던 아마네에게 정을 붙이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 ‘이카리 아마네’의 사망으로부터 2개월 뒤, 부부에게 양해를 구한 청년은 다케노초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자리한 공동 묘지 형태의 납골당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세대가 끊기며 방치되는 묘지가 늘어나자 이를 그냥 둘 수 없다는 이유로 생긴 작은 납골당으로, 기존에 일하던 관리자가 한 명 뿐이기에 취직에 어려움은 없었다.

매일 아침, 새로운 물을 바구니에 떠오고 묘지를 청소한다. 먼지가 내려앉은 비석을 깨끗하게 닦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향과 초를 준비하며, 장부를 정리한다. 한적한 마을 특성상 사람이 붐비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펜션에서 일할 때보다 더욱 여유롭게 지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돈이 벌리는 일은 아니었지만… 애초에 그런 것은 신경 쓴 적도 없었으니. 이때부터는 소소한 취미생활도 제법 즐겼다.

총평, 그라운드 위에서 머무는 내내 소란과 떨어져 느긋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영위했다.

Ⅳ. 현재

언더그라운드에서 그라운드로 탈출하던 당시에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꽤나 안정적인 모습이다. 고통과 절망은 영원하지 않고 필시 행복은 찾아오는 법이다. 그라운드에서 살아가는 생명과 아름다운 환경, 여러 형태의 애정에 마음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사랑하던 터전은 지하에 있다는 걸 망각하지 않았다. 귀향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사랑스럽고 그리운 고향이 그 사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람들이 다 모인 당일에서야 허겁지겁 아와유키 마을에 도착했다. 사실 방울이 진동하기 시작하자마자 돌아오고 싶었으나… 그라운드에서의 일을 마무리해야 하지 않나. 2주 내내 업무에 대한 마무리 정리와 그라운드 생활 청산, 이카리 家와의 작별 비슷한 것들을 처리하느라 바빴다. 품에 아주머니가 챙겨준 도라야끼를 가득 안고 뛰어, 지각만 겨우 면했다!

Ⅴ. 기타

≫ 일인칭은 여전히 私/わたくし(와타쿠시). 츠바키 전원을 헤어지기 전까지 사용했던 호칭으로 부른다. 기본적으로는 ‘분파명+~님(様)’이지만 사람에 따라 이름만 부르거나 ‘이름+~님’의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또한 여전히 존댓말을 사용하나… 윗사람을 모시듯 했던 과거와 달리 입에 붙은 정중한 화법일 뿐이다. 이제는 원치 않는다고 말하는 즉시 원하는 쪽으로 바꿀 수 있으니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는 것들이다.

≫ 재능 없는 현악기는 결국 그만두었다. 하지만 음악을 그만두기는 아쉬웠던 모양인지 다른 악기를 조금씩 건들게 되었는데… 악기면 다 재능이 없는 줄 알았더니 의외로 ‘피아노’에 재능이 있더라. 일찍 퇴근하는 주말, 종종 허락을 구하고 마을 내 학교에 있는 낡은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했다. 선율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것. 코큐를 붙잡고 연주했던 곡을 피아노 악보로 수정한 버전이다.

≫ 항상 몸의 일부처럼 지니고 다녔던 수첩과 펜이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기록은커녕 눈 멀뚱거리며 바라보기만 한다. (들고 다니던 건 어떻게 됐어? 어… 죽었어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 도마뱀과의 인연도 참 질기다. 키타유우 출신 도마뱀인 ‘도로마뱀’을 아직도 소중히 키우고 있다. 요새 고민은 도로마뱀이 밥을 잘 먹지 않는 것이다. 어찌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주머니에 넣어 데려왔다.

≫ 라이진과의 전투 중 다친 왼쪽 다리는 다 나은지 오래! 다만 워낙 뜨거웠던지라 화상 흉터 비슷한 것이 남았다. 평소에는 큰 문제 없으나, 이따금 다리가 쑤셔오는 탓에 검은 색의 접이식 지팡이를 챙기고 다닌다.

≫ 그라운드에서는 ‘카게사와 유세이(影沢 揺誠)’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신분 인증? 행정이 허술한 것이 시골 마을의 장점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