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n Yuzuki  ‧  반 유즈키 ﹞

지금까지 5년간, 《반 카엔 유즈키》 는⋯⋯..

• 한달이 지나던 시점 더 이상의 기다림은 의미없다고 판단, 뭐라도 하는 게 낫겠다며 이르게 아와유키 마을을 떠났다. 그 이후로도 주기적으로 연락이 닿았으나 일년을 채우던 해에 새로운 연락처를 일괄 전송한 것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행적이 끊겼다.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자세하게 아는 사람은 없었다는 뜻이다.

• 실제로는 연고없이 떠돌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에게 주워졌다. 신사 처마 밑에서 자는 걸 깨워준 것이 계기. 이후 할아버지의 제안으로 잡화점 일을 도우며 얹혀 살았다. 그렇게 5년, 잡화점 앞마당을 쓰는 것 외에 특별한 일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시간을 아예 버린 셈이다.

• 그 부작용으로 사람이 다소 시골 개처럼 됐다. 평소에는 느긋하니 눈만 깜빡이는데 주인을 보면 꼬리를 흔들고, 낯선 사람을 보면 잘 짖는다. ‘카엔’으로서 특성은 아예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불태워서 뭐할 건데, 고구마 구워 먹자고? 이 역시 부작용이다. 시간 탓이라기엔 변화가 너무 극심하다. 역시 환경 때문일까.

• 할아버지에게 주워질 당시, 부모도 없고 친구도 없다고 변명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츠바키와 연락이 뜸했다. 가끔 생존 신고만 하거나 정말 급한 연락만 받는 수준. 처음에는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지만 나중에는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걸 떠올리기 싫어서 잘 하지 않았다. 그립지 않으니 떠올리는 일도 없어 어느 정도 잊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 병색은 없으나 미묘하게 환경에 민감해진 것처럼 보인다. 조금만 먼지가 일어도 질색하기 일쑤, 소리에도 과민해졌는지 소음 조절 장치를 착용한다. 참고로 그라운드에서 사용하던 이름은 아버지의 성씨. 유즈리하라 유즈키다.

帆 火焔 柚木 인적 사항

혈액형 RH-B

주소 신고쿠 XXX-1-6···5

         히가시모토 XX-3-1··· 7 舊 ●● 공방

가족 관계 

—母 帆 火焔 悠麗愛 (카엔 파 10대 가주)

—父 譲原 ○ (미나미모리 출신 일반인, 사망)

—外祖母 帆 火焔 ○○ (카엔 파 9대 가주, 사망)

가족의 생사는 모르나 어머니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 믿음인지 바람인지 결국 옳았으니 확인할 수 없겠지만. 현재는 신고쿠 중심부로 이주했다. 카엔의 본가와 히가시모토의 공방은 손 쓸 수 없는 상태.

그라운드 인간 관계

—할아버지 (잡화점 주인)

—히카리 씨 (할아버지의 딸, 외과의)

—할머니 (유리공예 장인, 시니세 공방 주인)

취미  빗자루질 

아무 생각없이 시간 보내기 좋다고 해가 뜨고 질 때까지 빗자루만 잡고 살았다. 빗자루로 동네 양아치 두들겨 팬 이력 다수. 

특기 유리공예

할아버지한테 낮잠만 잘 거면 나가라고 쫓겨난 날, 우연히 공방 할머니를 만나 얼떨결에 제자가 됐다. 왜 그러고 사냐는 말을 들은 걸 보면 재능이 있을지도. 특히 후링은 장인 수준. 할머니 공방에 하나 장식되어 있고 할아버지 잡화점에서 판매까지 했었다. 폐활량이 안 좋아서 하루에 세 개 이상 못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호 계란말이 불호 고양이

그간 식성이 많이 바뀌었다. 전에는 몸이 나쁜 음식이라면 까다롭게 굴었는데 이제는 단것도 곧잘 먹는다. 결국 건강은 유전이라는 걸 깨달은 탓인가. 선호하는 건 할아버지가 만든 다디단 계란말이. 다른 사람이 만든 건 좋아하지 않는다. 그 재료인 계란을 제공하던 닭 ‘코코’가 고양이에 의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바 있다. 

교우 관계

아와유키 마을을 떠난 뒤 츠바키와 직접 만난 적은 없다. 생존 신고는 한달에 한 번 꼴로 정말 살아있다는 내용이 전부. 뭐하고 사는지 덧붙이지는 않았다. 연락 수단은 일년 째에 쿠폰으로 보낸 새로운 연락처와 이년 째에 보낸 긴급 연락처까지 총 세 개. 그 중 새로운 연락처는 3개월 뒤에 겨우 콜백되는 수준이고, 긴급 연락처는 제때 받아도 급한 일이 아니라면 금방 끊었다. 그밖에는 거주지를 알린 츠바키에게 일방적으로 우편을 붙인 적이 몇 번 있다. 편지도 없이 잡화점에서 팔 법한 잡다한 물건들이었지만… 닭의 깃털은 정말 미스테리.

아와유키 마을로 돌아온 건 지금으로부터 사흘 전이다. 출발은 일주일 전에 했다고 하는데 제법 늦은 감이 있다. 중간에 딴짓이라도 한걸까. 지난 행적을 숨길 생각은 없는지 재회하고 나서는 언제 연락을 안 받았냐는 듯이 있는대로 다 불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언더그라운드로 돌아가는데 아무 감상이 없어 보인다. 방울이 성가시게 굴기도 했고, 애초에 언더그라운드로 돌아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5년 동안 평화롭게 살았으니 더 바라는 게 없는 걸지도. 어머니 말고는 마음에 걸리는 것도 없는데 그마저도 크게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다.

소지품

뚜껑을 밀면 작은 구멍으로 내용물이 하나씩 나오는 틴케이스 두 개. 하나에는 알약이, 하나에는 사탕이 들어있다. 알약은 하루에 한 번은 복용하는 듯한데, 물 없이도 먹어서 옆에서 보면 뭘 먹는 건지 구분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