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n Miyushi  ‧  반 미유시 ﹞

지금까지 5년간, 《반 후데 미유시》 는⋯⋯..

• 계약을 마친 뒤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정이 많으며 수업에 성실하게 임하고, 가족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냉랭하게 굴던 모습은 사라졌으나 그건 어린아이를 벗어나며 자연스레 바뀐 성격이다. 호감을 사기 쉬운 전형적인 모범생. 미유시는 딱 그런 사람이었다.

• 막 하나즈카가 되고 몇 주 지나지 않았을 때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유시는 임종을 지키기 위해 하루간 자리를 비웠었다. 다음 날 돌아온 미유시는 아무렇지 않아 했다. 누가 물어도 ‘할아버님께서 돌아가셨어.’ 라고 무던하게 답할 뿐. 미유시가 변한 건 이때부터다.

• 싫어도 억지로 참여하던 체육 수업은 이제 듣지 않는다. 늦잠을 자고 싶은 날엔 늦잠을 자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다. 그렇게 완벽한 모범생에 금이 갔다. 미련 없는 사람처럼 구는 것도 이때부터였다. 누구에게나 호의를 내비치는 주제에 깊은 관계는 만들지 않으며 얕고 넓은 인간관계를 쭉 유지했다.

• 한마디로 한 사람으로서의 존재감, 혹은 개성이 옅어졌다. 

01, 변화는 사소한 것.

무언가에 대해 ‘기대’하지 못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애초에 기대란 무엇이며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이에 대해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 미유시 역시 제게서 잘려나간 감정임에도 완벽히 설명하지 못한다. 다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많은 게 바뀌더라도 미유시는 여전히 미유시다.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 칠칠맞은 면이 있어 걱정된다던 여동생은 키가 큰 만큼 내면도 성장해 얌전해졌다고 한다. 후데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 뿌듯해하면서도 한편으론 어리광이 줄어 아쉽다는 소리를 종종 한다. 여전히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대화 주제로 꺼낼 때가 잦은데, 1년 전부터 가족을 세 명으로 헷갈리기 시작했다. 돌아가신 건 할아버지뿐인데도 말이다. 이에 대해 지적하면 오래 떨어져 지낸 탓에 착각했다며 정정한다. 할머니, 엄마, 여동생, 자신. 제외된 한 명은 누구인가. 이에 대해선 함구한다.

• 호불호는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실내 활동을 선호하며, 단 음식을 좋아한다. 새로운 취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만 쿠로바코 내에선 어려웠던 모양. 수업, 훈련, 해봉, 기숙사. 이런 루틴을 쳇바퀴처럼 도는 삶에서 새로운 걸 찾아내는 게 더 신기하겠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미유시는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읽으며 보내고 관성처럼 글을 적는다. 그게 취미냐는 말에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좋아하냐는 말에는 예전과 달리 고민한다. 침묵 끝에 미유시는 익숙해서 하는 거라는 대답만을 내놓는다.

02, 츠바키 기수

• 남들을 호의적으로 대하는 만큼 클래스메이트들과의 사이는 좋다. 이전에도 사람을 싫어하진 않았기에 말다툼만 몇 번 있었을 뿐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지만, 지금은 무난함을 넘어 평화롭다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미유시는 누구와도 마찰을 빚지 않는다. 의견 충돌이 생긴다면 그냥 제 쪽에서 양보하는 게 일상이 됐다.

• 새벽 수업은 항상 성실히 임하지만 오전 수업은 좀 경우가 다르다. 수업을 잘 듣냐 안 듣냐를 따지자면 잘 듣는 편이나 적당한 이유를 대고 빠지는 일이 생겼다. 어제 전투는 힘들었으니 오늘은 안 들을래, 피곤하니까 늦잠 잘래. 등등··· 이전만큼 학구열이 넘치진 않는다. 또 체육은 거의 안 듣는다 봐도 무방하다. 몸을 움직이는 일에 정붙이는 건 실패했다. 운동신경도 체력도 그대로다. 별개로 영리한 머리만큼은 여전했기에 수업 태도와 무관하게 성적은 항상 잘 나오는 편.

• 이전부터 바라던 요괴와 계약한 덕인지 아즈라를 다루는 일엔 빠르게 적응했다. 제 성격만큼이나 눈에 띄지 않고 크게 특별하지 않은 힘. 그래서인진 몰라도 미유시는 바람에 더더욱 애정을 붙였다. 미유시의 신체능력으론 피할 수 없는 공격도 피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단점을 보완해주기도 한다.

• 가족, 정확히는 엄마와 꾸준히 편지를 주고받고 있다. 새로 배운 내용, 선생님에게 칭찬받은 일, 안부 인사 등 내용은 지극히 일상적이나 편지가 도착한 날이면 평소보다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곤 한다. 방학 기간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친구와 어울리는 등 평범한 하루를 보낸다.

03, 미래

• 미유시는 언제나 평온하다. 졸업과 더불어 대 라이진 전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에도 심경의 변화는 없다. 어떻게든 될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진 게 아니다. 그저 단순히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 고민도 없는 것에 가깝다. 무사히 끝날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몇 명이나 죽게 될까, 그 뒤엔 어떻게 될까. 미유시는 그 모든 가정을 뒤로한 채 현재만을 살아가고 있다.

  • • 12월 26일생.

    • 1인칭은 보쿠(僕). 큰 개성은 없는 평범한 목소리이나 조곤조곤 이어지는 말투 덕에 상냥한 느낌이 든다.

    • 하도 안 써 버릇해 이제 왼손으로 글을 적지 못한다. 써봤자 어렸을 때보다 못한 삐뚤빼뚤한 글씨가 써진다.

    • 텐구 방에 놀러 온 적 있는 사람이라면 책상 위에 올려진 가족사진 액자를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학교 앞에서 다 같이 찍었던 사진. 어두운 머리색의 가족들 사이에서 미유시만이 하늘색 빛을 띄고 있다.

    • 손에서 피가 나는 걸 뒤늦게 알아채는 일이 많아 이젠 주머니에 작은 수첩 대신 반창고 몇 개를 넣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