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 Sayu  ‧  로만 사유 ﹞

지금까지 5년간, 《로만 운조 사유》 는⋯⋯..

•  수업, 숙제, 식사, 운동, 잠.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일상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비는 시간엔 아즈라를 개조하거나 교과서를 정독하며, 구태여 외부 활동을 즐기는 대신 자리에서 시간을 보낸다. 성장은 끝이 난다. 열 둘 무렵 주목 받던 큰 신장도 이제 와서는 특별할 게 없고, 그나마 내세울 만 하던 강한 완력은 도리어 어린 시절보다 못하다. 반년 전 독한 감기에 걸린 후로 떨어지지 않는 기침이 말썽이다. 운조가 자신하는 걸작의 신체에 어딘가 균열이 일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 9개월 전 임무 수행 중 아군(이하, 소우타)과 의견 충돌이 발생했다. 모종의 사유로 아군의 주장을 배제한 결과, 당시 상황에 비효율적이었던 판단과 느린 대처로 츠바키 기수와 주민들에게 화를 입힐 뻔 한다. 당시 동행했던 소우타의 빠른 대처 덕에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로쿠로쿠비 번장으로부터 ‘탄포포 신입생들도 안 할 짓을 했다’는 평을 면전에 들은 잊을 수 없는 날이 된다. 해당 건으로 성적이 떨어졌다.

• 변수를 차단하고 최소한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동기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주시한다. 임무라도 나갈 성 싶으면 위치와 예상 시간을 체크하고, 그들이 돌아오기가 무섭게 큰 이변이 없는지 확인하는 등. 덕분에 응급처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01. 철인鐵人 로만 운조 코바타. 2m 20cm에 육박하는 거구를 가진 사내로, 강인한 몸에서 비롯된 강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촉망 받던 아야나시 중 한 명이다. 압도적인 기세 덕에 뇌리에 깊게 남는 인상을 새겨 사후에도 ‘골렘’, ‘철인’, ‘수호령’ 따위로 자주 언급된다. 계약 종료를 앞둔 29살에 다이다라봇치와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으나 그가 사용하던 무기인 폴암은 저택에 고이 보관되어 있다. 

미나미모리 외곽의 운조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무기 개발에 총력을 가하던 분파였지만, 철인으로 칭송 받던 아야나시를 배출한 후 비단 무기에 그치지 않고 인간 육신 자체를 강인하게 발달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운좋게 얻어걸린 철인 코바타로 인하여 확고한 방향성을 확립한 셈이다. 의학, 공학, 과학. 뭐든 좋다. 운조는 이 땅에 잔존하는 기술을 이용하여 자손들을 우수한 인재로 양육하고자 한다. 

02. 그러나 쇠를 다룸과 인간을 다룸은 다르다. 여타 학문 수준이 크게 뒤떨어진 쿠로쿠모 언더그라운드에서 획기적인 결과물이 나오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코바타의 사후 지지부진한 성과를 보이던 운조파는 돌연 열 살 남짓에 백 칠십을 웃도는 청소년 하나를 차기 아야나시 감이라 주장하며 앞세웠다. 

03. 운조는 줄곧 ‘제2의 철인’을 고대해 왔으나, ‘철인’과 비교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저조한 운조 사유의 기량을 인지한 후로 방학마다 성화를 부리는 성 싶다. 이것저것 좋은 약초 따위를 보내오는 걸로 봐서…. 그럭저럭 평탄한 사이 정도는 되는 듯.

04. 

01. 운조 분파, 한자에 천운이 들어가는 이들답게 전원 생존했다. 여전히 아홉 명. 올해로 열 일곱이 된 막내를 포함해서.

02.  새벽 수업과 오전 수업 모두 빠짐없이 참여한다. 자율적으로 휴식하는 동급생들에게는 잔소리가 돌아가며, 한 번 눈에 든 이상 오전 수업에 한 번이라도 참여할 때까지 자유로워질 수 없다. 평균 수준의 교우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심한 간섭은 반발을 불러 일으키기 마련이기에, 상대의 성향에 따라 극단적인 차이를 보인다.  

03. 계약 대가로 손실한 안구는 의안으로 대체하였다. 수년 간의 보완을 거쳐 기존 눈을 완벽히 모방하는 데에 성공하였으나, 기능적으로는 한참 뒤떨어져 사물의 형태를 간신히 구분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마저도 운조 분파에서 사방으로 기술자를 찾아 헤매 겨우 달성한 성과.

04. 단어 그대로 걸어 다니는 계산기요 귀여운 구석 없는 청소년. 사소한 일에도 까탈스럽게 응하는 것은 물론 지난 일을 (다소 쪼잔하게 보일 만큼) 잊지 않는다. 까탈스럽다 못해 사람 피를 말리는 재주가 생겼다. 

05. 방송부 소속. 중요행사의 내용이나 일정을 미리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06. 좋아하는 건 입이 찌릿하도록 달달한 음식. 전반적으로 자극적인 음식이 좋다.  

07. ‘라이진’ 해봉이 가까워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