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 Tsujikiri  ‧  로만 츠지키리﹞

지금까지 5년간, 《로만 카타나 츠지키리》 는⋯⋯..

• 전체적으로 여전한 츠지키리이지만, 굳이 달라진 점을 뽑자면 이렇다. 우선 첫째, 카타나로부터 검 실력에 대한 인정을 받았다. 츠지키리는 분명히 카타나의 의지를 이어 받았고 월등한 실력을 성과를 통해 보여줬다. 쉽게 얘기해, ‘어르신들’에게 츠지키리는 제법 다루기 좋은 장기말이다.

• 둘째, 다리를 바꾸고 두 가지의 변화점을 맞았다. 하나,다리를 갈아 끼우며 기계 다리를 통해 순간적으로 빠른 속도를 이끌어 낼 수 있게 되었다.반동을 생각하지 않고 뛰어 들자 최속을 얻게 되었다. 타고난 사람들에 비해 아주 돋보이진 못할지라도, 예전의 츠지키리를 생각하면 엄청난 성과다. 둘, 기계 관련 지식이 해박해졌다. 더 정확히는 의지義肢에 관해서. 스스로 자신의 의족을 손 볼 정도는 된다.

• 예전보다도 뒷심이 사라졌다. 과거보다도 끈기가 부족해졌다.물론, 문제될 사항은 없다. 츠지키리에겐 언제나 행운이 따랐고, 그 덕에 늘 곤란한 일을 얼렁뚱땅 넘어오며 나름대로 평온하게 지냈다. 이런 환경이 츠지키리의 성격을 더 안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도 같다.

• 두 말 할 것 없는 카타나의 천재. 어울리지 않는 행색과 태도를 고수하지만, 츠지키리에게는 분명한 재능이 있고 해가 지날 수록 그는 돋보인다. 의지가 없어도 요괴를 베는 일은 쉬웠고, 초조해하지 않아도 실력은 붙었다. 연습 몇 번만으로도 그 이상의 수확을 거두는 사람이다. 누군가에게는 질투의, 누군가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 카타나 파는 여전하다. 다치거나 죽은 사람도 없다. 그 여전함에 츠지키리는 가벼운 권태를 느낀다.

• 츠지키리, 라는 검

간략하게 말하자면, 여전히 화려한 걸 좋아하는 16살 청소년. 우직한 가풍과는 어울리지 않는 불성실한 태도, 나이에 맞지 않는 한량같은 성정 등은 여전하지만, 지금은 어엿한 카타나의 검으로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이유라함은 간단한데 첫째, 로만 츠지키리는 로만의 모토 그대로 상실을 딛고 ‘강해졌다’. 둘째, 가문의 의지를 잇고 있다. 그것이 기술력의 이야기든, 카타나 파 모두의 목표이든간에.

해서 이제는 당당히 분파의 구성원으로서 한 몫 하고 있다. 츠지키리는 여전히 무딘 태도를 보여주지만, 적어도 자신의 몫만큼은 충분히 해내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이는 곧 카타나의 공정이 일정 부분 성공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카타나는 츠지키리의 날을 두드렸고, 분명히 불꽃이 튀었으며, 검은 벼려졌다.

그러나 아직 공정은 끝나지 않았다! 그에게는 여전히 게으른 면모가 남아있다. 제 몫을 충분히 해낼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 건, ‘보다 빨리 끝내는 것’이 더 쉬운 길이라는 걸 이미 학습했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히 날카로운 검이 되었지만, 동시에 카타나의 검처럼 쉽사리 부러지는 면모가 있다. 검의 무른 면을 자신으로 보완하는 카타나 파와는 확연하게 다른 점이다. 때문에 카타나의 단야사侍들은 주기적으로 츠지키리를 본가로 불러내고 있다. 언제나의 타메시키리試斬를 위해. ―뭐, 츠지키리는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지만! 아, 귀찮다고요. 적당히 제 몫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었습니까~?! 뭔갈 자꾸 베라니 성가십니다~

• 츠지키리, 라는 인간

하여 사람 자체는 꽤나 변하지 않은 편. 곰살맞은 성격 덕에 주변에 쉽게 녹아들고, 또 그만큼 쉽게 사고를 친다. 어쩌다 모몬지이를 마주칠 때면 피하지 않고 ‘헤~’ 하며 그냥 지나가는 탓에 감기에 걸리는 일이 많았다는데, 비슷하게 쿠로바코의 요괴들과도 부딪히는 일이 딱히 없는 성 싶다. 다만 그렇다고 요괴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딱히 아닌 모양. 베어내야 하는 것이라는 건 인지하고 있지만, ‘일’이 아니라면 신경 쓰지 않는다. 츠지키리는 대부분의 일을 이와 비슷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 이 천성만큼은 누군가 지적하더라도 쉽게 고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카타나에서 자신을 괴롭힌다 투덜거리는 것 치고는, 일가친척을 포함해 가족들과는 여전히 친밀한 사이다. 생일날 학교로 보내지는 츠지키리의 취향일 것이 분명한 화려한 장신구며 선물들이나, 검과 함께 주기적으로 오는 안부인사와 편지들, 방학이 끝날 때쯤이면 한아름 싸들고 오는 부모가 챙겨준 것이 분명한 소지품들까지. 일단 전해오는 안부 편지는 모두 읽는 것을 보니 츠지키리도 딱히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현재 아야나시로 활발히 활동 중인 로만 하루노부와도 소식을 꽤 주고받는듯 보인다. 평가하기를, ‘무서울 정도로 의욕적인 사람’이라고.

• 좋아하는 것은 자면 안되는 시간에 자는 낮잠과 아침 수업 땡땡이. 그러나,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치곤 교실에 꼬박꼬박 얼굴을 비추고 있다.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쯤 수업 빼먹었단 소리로 분파에서 잔소리를 지독하게 들은 모양. 염색과 장신구 등 자신을 꾸미는 것은 여전히 좋아한다. 카타나 파 또한 츠지키리의 취향을 존중해 그의 검집만큼은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 싫어하는 것은 공부, 훈련, 운동, 수업, 기타 등등…… ‘해야만 하는 것’으로 묶인다면 덮어두고 싫어한다. 요컨대 의무를 싫어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때문에 요즘은 오히려 제 몫을 빨리 해치우는 편.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것이 마음 편하다나. 덕분에 의외로 우등생 취급을 받고 있다.

• 다리에 대해선 별 유감이 없다. 몇 번의 개조를 통해 ‘의족’에 관해서만큼은 꽤 잘 다루는 인간이 됐다. 비롯해 기계에 대한 지식도 꽤 쌓인 모양이지만, 로만의 다른 이들에게 비할 바는 아니다. 

• 츠지키리, 쿠로바코에선?

동급생들과는 여전히 무난한 교우관계를 유지 중. 의외로 수업 또한 충실히 듣는 편이라, 로쿠로쿠비에게 ‘의외면서도 의외이지 않다’는 평을 들었다. 아마도 츠지키리로서는 의외지만, 카타나로서는 의외이지 않다는 평일 테다.

새벽 수업이나 정찰 임무에서도 제 할 몫을 금방 끝내고 먼저 쉬는 일이 잦다. 그러나 오전 수업에 나오는 과제는 여전히 주변에 부탁하는 일이 많으니 아주 모범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새벽 수업에 한해서만큼은 완벽한 ‘우등생’. 빈말로도 노력의 결과라고 칭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는 실력을 증명했다. 어떤 게으름은 실력 위에서만 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다만, 뒷심이 약한 탓에 저 자신은 몰라도 주변을 곤경에 빠뜨리는 일이 가끔 있어 예의 주시 대상. 

•  쿠로바코에서 제공된 에어 보드는 이제 제 신체의 일부분처럼 다루고 있다. 바람을 가르고 달리는 순간엔 꼭 내리치는 칼날과 동화된 기분이다. 이런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보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카타나’일지도.

• 뜻하지 않게 단단해진 하체 덕분에, 이젠 속력 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가끔 묘기를 보이기도 한다.

• 방학 때는 늘 본가로 돌아가고, 굳이 방학이 아니더라도 두어 달에 한 번씩은 주기적으로 기부금을 내고 본가에 방문한다. 한 번 다녀올 때면 온갖 선물과 검을 들고 와 ‘보따리할머니’라는 별명을 얻었다……

• 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음에도 태도 변화는 딱히 없음. 그는 예나 지금이나 ‘어떻게든 되겠지’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츠지키리의 인생은 실제로 대부분 ‘어떻게든 되었기 때문에’...... 하늘이 열리는 벼락같은 일이 생기는 게 아니라면, 그는 아마 계속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