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man Jigokuzanbato  ‧  로만 지고쿠잔바토 ﹞

⚠ 트리거 워닝: 화재 묘사

• • • 地獄ざんばとう. 즉, 이름이 지옥참마도다. 사람의 것치곤 특이한 작명 센스. 자신의 이름을 굉장히 좋아한다.

    • 검술, 꿈과 희망, 영웅 서사시, 스즈히코히메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없다. ~하오체가 기본이며 타인을 지칭할 때는 낭자(郞子, 娘子)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이 말투는 쿠로바코 입학이 확정됐을 때부터 연습했다. 이 때 얼마나 신이 났던지, 제대로 들지도 못하는 타도를 쥐고서 어줍잖게 휘둘러보다 제 얼굴을 그었다. 십자 흉터는 그래서 생긴 것.

    • 아야나시가 되기 위해 길러진 만큼 옛 전사들, 특히 이전 로만 가의 사무라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 외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그들의 업적을 듣고 늘 그렇게 되고 싶다 생각해왔다고. 시대에 맞지 않게 옛스러운 말투를 모방하는 이유도 그 때문. 

    • 미나미모리에서 일평생을 살았다. 또한 귀가 좋지 않다. 낮과 밤을 불문하고 달군 쇳덩이를 내리치는 소리와 대지를 울리는 공장의 소음을 벗 삼아 잠들던 일상 탓에. 그 덕택에 마냥 바보 같아보이지만 무기 및 기계 구조의 기본은 알고 있다.

• • • 공방의 무기 거치대에 보란 듯 전시된 오오타치와 역대 로만 가 출신 퇴마 사무라이들의 투구를 본따 만들어진 하가네 분파의 상징 로고에서 알 수 있듯 하가네는 무를 숭상하는 집안이다. 그 전신이 아야나시를 전문적으로 배출해내기 위한 집단이었던 만큼, 옛적의 정신이 지금에 이르러서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하가네 분파는 이전만큼 아야나시를 키워내는 데 혈안이 되어 있진 않았으나, 13년 전 새로운 자식이 태어나자 아이에게 사람 아닌 검의 이름을 붙여 아야나시로 키워내 다시금 로만 가의 주요 세력으로 발돋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지옥참마도는 하가네의 일원 중에서 유일하게 아야나시가 되기 위한 훈련, 그것도 로만 가문의 타 분파에게 빌고 빌어서 전문적인 검술을 배웠으나 놀라울 정도로 전투에 재능이 없었다. 검자루를 들어올리는 것도 버거워하는 데다 전력질주 1분이면 심장이 당장이라도 멎을 것처럼 고동치는 몸. 원대한 포부를 짊어진 미래의 새싹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 이런 놈이 요괴를 만나서 할 수 있는 일은 ‘아야나시’ 대신 맞아 죽는 것밖에 없을 거라고.

    • 로만 하가네 지고쿠잔바토. 가장 잔혹해질 자격조차 없는 소년은 제게 찍힌 실패자란 낙인 아래 영웅이란 꿈을 버리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그럴 뻔했다. 선고가 내려진 그날 밤, 소년의 일가족이 거주하던 공방에 요괴로 인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한밤중에 울려퍼진 카이봇의 사이렌 소리와 네온 간판 가운데 낼름거리며 춤을 추던 불덩이, 그 속에서 아우성치던 사람들의 목소리. “지금… … … 야..!!” 화재가 발생한 지 꽤 지난 뒤에야 카이봇이 울렸으나 아야나시의 빠른 출동과 방화만 저지르고 도주한 요괴-화차였을 것이라 추정한다-, 그리고 온 몸이 바싹 구워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가족을 먼저 대피시키는 의연한 모습을 보인 아이, 지옥참마도 덕에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 그 날, 소년은 요괴를 진압하러 온 아야나시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울었다. “너무 무서웠어요, 그런데… 그런데도, 약해빠진 주제에 모두를 지키고 싶어서…!!” 눈물콧물 쏙 빼며 오열한 소년의 이야기는 아야나시의 입으로, 그리고 그 덕에 생존한 하가네 사람들의 입을 통해 로만 가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 신체능력은 절망적일 수준이나 근성과 끈기, 그리고 의지만큼은 현역 아야나시 수준의 소년. 본래라면 결코 쿠로바코에 입학할 수 없었겠으나 미나미모리 화재 사건과, 라이젠 해봉을 위해 소집된 특수 기수, 츠바키의 존재 덕분에 로만 하가네 지고쿠잔바토는 비로소 쿠로바코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 그는 츠바키 기수가 무엇 때문에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음에도 절망하지 않는다. 되려 기뻐한다. 묵사발이 될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하여도 찰나의 시간 동안 이 세상을 위해 악귀를 베길 염원해왔던 검이다. 부러질 운명이라 하여도 영웅으로 남을 무사가 될 수 있다면 죽음이 무어 대수랴! … 물론 그 전에 빌빌 기어다니는 체력부터 올려야겠지만 말이다. 안 그래도 가장 급한 체력 증강을 위해 육상부에 들어가기로 했으니, 효과가 있길 바라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