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man Raku  ‧  로만 라쿠 ﹞

　羅曼 鉄 蕾空  ―  4월 26일생, 황소자리, RH+O형, 노력하는 수재, (어쨌든)테츠 파의 마지막 후계자　

⁘ 보쿠(僕) | 이름+상(さん) | 어른에게 존대, 또래에게 반말 | 고저가 적은 미성 | 묘한 기름과 쇳내

• 미나미모리에서도 히가시모토와 맞닿아 있는 외곽. 

《테츠 수리점》이라는 간판의 네온사인이 깜빡거린다. 가게 주변에는 망가진 기계나 고철 따위가 대충 쌓여있고, 문짝은 어디에 팔아먹었는지 언제나 열린 문이다. 24시간 연중무휴!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언제나 영업을 하고 있는 ‘테츠텐’ (‘테츠 슈리텐’의 준말. 다들 그렇게 부른다.) 은 고글을 쓴 새카만 흑발의 여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이름은 로만 레이나, 라쿠의 어머니 되시겠다.

• • 로만 레이나가 돌연 창파하고 나선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과거 머물던 분파―슈세이(修正)―는 가문 내에서 제법 입지가 다져진 편이었으나 레이나는 그들과  의견이 충돌했다. 레이나는 보다 실용적이고 대중적인, 가난한 사람들도 사용할 수 있는 안전 용품이나 설비를 구축하고 싶어 했다면, 슈세이 파는 기술의 정수를 끌어모아 더욱 강력하게 요괴에 대처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자 했다. 둘 다 쿠로쿠모 언더그라운드를 위한 처사였으나 그 대상이 달랐다.

  • 하여 레이나는 다름을 인정하고 모든 공업의 기초, ‘철(테츠)’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창파한다. 미나미모토에 자리를 잡고 남편인 스다 츠요시를 만나 가정을 꾸려 라쿠가 탄생했다. 츠요시는 히가시모토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했으나 라쿠가 태어나고서는 레이나의 일을 돕고 있다. 불같은 레이나와 달리 츠요시는 서글서글하고 사교적이라 수리점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지금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고 있다.

  • 라쿠는 테츠 파의 독남이나 레이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자신이 창파한 곳에 한 명의 후계자라도 있는 것에 흡족해한다. 라쿠는 많은 사랑을 받고, 그만큼 사랑하며 로만 레이나의 긍지와 기술을 배우며 자라났다. 갓난아기 때부터 손에 드라이버가 쥐여진 삶은 평생 기계의 숨을 불어넣으며 살아갈 운명일테다. 빈 꽃봉오리라는 이름은 그 안에 무엇이든 채울 수 있길 바라는 레이나의 소망을 담았다.

• 간단하게 라쿠에 대해 소개하자면 기계와 가족을 사랑하는 소년이다. 

밖에 나가는 것보단 집 안에 있는 걸 좋아하고, 홀로 공상하거나 기계를 다루는 일을 좋아한다. 새로운 누군가와 만나는 것보단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욱 좋아하는 내향적인 소년이다. 또한 로만의 핏줄이 어디 가진 않는지 기계와 과학에 무척 관심이 많다. 타고난 관찰력과 응용력, 기억력이 우수하며 무엇보다 기계를 다루는 데 가장 필요한 배우고자 하는 의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 새로운 것을 향한 도전 정신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것을 어린 나이에 갖추고 있기란 쉽지 않은데, 라쿠는 그러했다. 

• • • • 하지만 되려 이런 성질 탓에 라쿠는 자랄수록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거나 무언가를 요구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 철이 빨리 들어버린 아이는 착하게 보여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부모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고민을 품고 있던 찰나, 1년 전 라쿠가 한 가지를 요구했다. 그것은 바로 아야나시가 되고 싶다는 것.

      • 레이나는 처음에 반대했다. 분명히 영광스러운 일이고 모든 가문이 바라는 일이지만, 레이나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위험천만한 일에 유일한 자식을 보내고 싶지 않았고, 쿠로쿠모 언더그라운드를 지키는 데에는 다른 방법도 많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특히나 라쿠가 가게 될 츠바키 기수는 쓰다 버릴 장기말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반대를 당한 라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포기하나 싶었으나 3일 뒤, 자신의 생각과 목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PPT를 발표해 가족을 벙찌게 만들었다.

      • 요약하자면― 새로운 경험, 다른 가문 아이들과 교류를 통한 사고방식의 유연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으나 핵심적으로 직접 가족과 사람을 지키는 것은 아야나시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가족은 고작 10살의 아이가 이렇게까지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한켠으로는 가슴이 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아야나시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기 며칠 전에 이웃집 스즈키 씨가 요괴에게 잡아먹혔기 때문이다. 아야나시가 출동하여 요괴는 해봉 되었으나, 라쿠에겐 충격적인 일이었고 장래를 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지금 기수가 아니면 라쿠에게 영영 아야나시가 될 기회는 없었다.

• 결국 실랑이 끝에 라쿠의 손을 들어주기로 한 부모는 이제 한 가지 노력이 필요했다.  

쿠로바코에 보내기 위해 아이의 자리를 확보해야 하는 것. 그래서 입학 서류를 넣기 전까지 부단히 애쓴 모양이다. 그야 가문 내에서 입지도 없고, 하물며 돈도 없는 분파에서 자신의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니까. 그래서 레이나는 큰맘 먹고 얼굴에 철판도 깔아서 이전에 있던 슈세이 파에 요청했다. 내 하나뿐인 아들이 아야나시가 되고 싶어 하니 협조해달라고.

• • • • 결과만 놓고 보자면 성공했다. 슈세이 파에서 로만 테츠 라쿠의 추천서를 작성해 준 것이다. 과정은 상당히 로만스럽지 않고 치졸한 편에 가까웠으니 레이나의 명성을 위해 생략한다. 무엇보다 슈세이 파에서 라쿠의 재능과 노력을 알아본 것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쿠로바코의 입학이 확정된 지금,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상당히 기뻐하고 있다.

      • 반대로 가족은 좌불안석이다. 아이가 계약에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하더라도 로만의 계약 방식을 생각하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가샤도쿠로가 원하는 신체가 어디일지도 모르니 대비마저 할 수 없고, 그저 남은 매일을 라쿠와 더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라쿠도 이를 알고 있어 평소보다 많이 가족과 대화하며 시간을 보낸다. 되려 라쿠가 가문의 모토를 이야기하며 나름대로 위로하려 하지만 더욱 걱정만 시키는 것 같아 고민이라고.

      • 쿠로바코에서의 동아리는 방송부로 정했는데, 별 이유는 없다. 그냥 다른 동아리들 중에서 ‘기계’를 다룰만한 게 방송부 뿐이었다. 입학 전  교복도 전부 맞췄고, 필요할 법한 물건들도 챙겼고, 계약에 대한 각오도 마쳤다. 다른 가문― 아니, 같은 가문 조차와도 교류가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머물렀던 슈세이 파에서 차출한 츠바키 1명을 제외하고 아는 사람이 없다. (하물며 이 친구도 잘 면식이 없어 잘 모른다.)

      • 쿠로바코에 오면 지원받는 것들이 많으니 이런 부분도 기대하고 있다. 계약이 성공하면 사용할 무기라던가, 아야나시가 타고 다니는 에어보드라던가, 요괴 선생님이라던가…… 하여튼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는듯하다. 신고쿠에 오는 것도 쿠로쿠모 익스프레스로 지날 때를 제외하곤 처음이라 주변을 훑어보기 바쁘다. 

      • 좋아하는 것은 당연히 기계. 책이나 게임도 좋아하고,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에 집중하는 부류는 전부 선호하는 것 같다. 싫어하는 거라면 역시 몸을 움직이는 종류. 하지만 아야나시가 되겠다고 다짐한 뒤로는 싫어도 억지로 몸을 움직이고 있다. (그래봤자 보통 사람들이 행동하는 정도다.)

      • 손재주가 좋고 섬세하며, 약간은 완벽에 집착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가벼운 일 하나를 해도 대충 넘기는 것 없이 꼼꼼하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걸 선호한다.

      • 4월 생이라 올해 쿠로바코에서 생일을 보내게 된다면 12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