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man Tsujikiri  ‧  로만 츠지키리 ﹞

• • 츠지키리, 라는 검

간략하게 말하자면, 화려한 걸 좋아하는 11살 꼬맹이. 우직한 가풍과는 어울리지 않는 불성실한 태도, 나이에 맞지 않는 한량같은 성정 등으로 카타나에서 꽤나 미움을 받고 있을 것 같은 이미지지만 의외로 일단은 카타나 내의 ‘검’으로 카운트되고 있다. 이유라함은 별 것 없고, 첫째, 땡땡이 피울지언정 실력이 모자르지 않다. 둘째, 기술을 이어받을 머리가 있다. 그 아무리 검에만 집중하는 카타나 분파라 하더라도 검이 아닌 최소한의 기술력을 이어받을 후계는 필요하다. 해서, 어린 나이에도 한때 그 후계로 점찍혔던 몸인데.

어찌하여 이번 츠바키 기수로 뽑혔나 하면……

츠지키리라는 검刀은 날을 벼릴 필요가 있었다! 그는 카타나 분파의 인물 치고는 지나치게 무딘 감이 있었다. 그는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쉬운 칼날인 동시에, 날카롭지 않았으며, 그의 일 도는 주변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해서 카타나는 츠지키리를 조금 궁지에 몰아넣기로 한다. 물론, 부러질 위험이 있는 시도다. 다만 완벽한 검을 만들기 위해선 분명히 부러지는 검도 있는 법. 카타나의 공장 뒤에는 언제나 부러진 칼날이 쌓여 있다. 이번 공정도 마찬가지다. 칼을 두드리는 와중에 부러진다면, 그것은 별 수 없는 일이다. ―뭐, 츠지키리는 동의하지 않는 것 같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요. 츠바키라는 것은 즉 떨어진 머리, 죽으라는 이야기지 않습니까요? 아니, 그렇다고 위기감을 느끼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긴 한데.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

• • 츠지키리, 라는 인간

하여 사람 자체는 꽤나 넉살 맞은 편. 곰살맞은 성격 덕에 주변에 쉽게 녹아들고, 또 그만큼 쉽게 사고를 친다. 어쩌다 모몬지이를 마주칠 때면 피하지 않고 ‘헤~’ 하며 그냥 지나가는 탓에 감기에 걸리는 일이 많다는데, 과연 진실은 어떨지. 스스로가 검이라는 자각은 있냐는 이모부의 호통소리도 아직은 하품만 나오니, 그가 진정 위기감을 느끼기까진 아직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쿠로바코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미나미모리에 있는 카타나 분파의 가옥에서 사람들과 함께 지냈으며, 이번 예외사항만 아니었더라면 아마 그 안에서 쭉 생활했을 것이다. 부모님은 모두 분파에 충실한 인물로 츠지키리가 츠바키 기수가 되는 것을 속상해하면서도 수장의 결정을 말리지는 않았다. 부모자식간의 정이 짙은 탓에 입학 전엔 몰래 눈물도 훔쳤다는데, 이것은 츠지키리는 모를 일이고…… (알아도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은데, 뭘 울기까지 합니까요?” 했을 것이다.) 일단은, 분파에 있는 사촌과의 사이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애시당초 츠지키리와 크게 척을 지는 인간이 있겠나 싶기도 하고.

• 좋아하는 것은 자면 안되는 시간에 자는 낮잠과 히가시모토 구경. 특히 상점가 구경을 좋아한다. 요즘은 해괴한 모양의 키링을 사모으는 것에 꽂혔다. 그 전에는 염색약, 그 전전에는 악세서리…… 다음엔 또 무엇에 꽂혀서 화려해질지.

• 싫어하는 것은 공부, 훈련, 운동, 수업, 기타 등등…… ‘해야만 하는 것’으로 묶인다면 덮어두고 싫어한다. 요컨대 의무를 싫어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 • 츠지키리, 쿠로바코에선?

히마와리 기수의 ‘로만 카타나 하루노부’와는 일면식이 있는 사이다. 이쪽이 무딘 칼날이라면 그쪽은 그야말로 ‘검’. 태어났을 때부터 쿠로바코에 입학하기 위해 준비했고 계획대로 계약에 성공해 스스로를 잘 벼려가고 있는 그야말로 카타나 분파에 걸맞는 인물이다. 다만 저쪽은 훈련에 매진하는 타입이고, 이쪽은 기회만 된다면 농땡이를 치는 타입이었으므로 마주치는 일은 많지 않았는데…… 인연이라는 게 신기하지. 이쪽이 츠바키 기수로 쿠로바코에 입학해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마주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을 테고, 어쩌다 만난다면 인사만 할 성 싶다. 개인적으로는 서먹한 사이에 가까운 것 같다. 그야, 진지한 타입과는 도통 결이 맞지 않는 츠지키리니까.

동아리는 방송부에 들었다. 정확히는 방송부에 들고 싶어서 들었다기 보단, 소거법으로 남은 게 방송부밖에 없었다 보는 것이 옳지만. 문학부, 지루해보임. 같은 이유로 요괴연구부도 제외. 음악부, 음악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단 말입지요~  오토자쿠라 가문이었음 조금 달랐을려나? 육상부, 이건 운동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켁, 게다가 로만 가문이 많이 보입니다. 연극부… 이건 관심이 좀 있었는데, 들어오려거든 말투부터 바꾸라는 말을 들었습니다요. 참 나!

그렇게 해서 들어간 방송부이건만, 활동은 어쩌려나? 상황이 도와준다면 마이크에 대고 쩌렁쩌렁 같이 놀 사람을 구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 당연히 그 전에 가로막히겠지만.

• • •  쿠로바코에서 제공된 에어 보드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한다. 바람을 가르고 달리는 순간엔 꼭 내리치는 칼날과 동화된 기분이다. 이런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보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카타나’일지도.

    • 몇 번을 타고 다니다 보니 금세 요령을 익혔고, 이제는 누구보다 빠르게 에어 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가끔 묘기를 보이기도 한다.

    • 계약이나 수업에 대해선 별 걱정 없어 보인다. 기초 수업이야, 적당히 따라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고… 새벽 수업이나 계약은, 어떻게든 되겠지. 기가 막힐 정도로 태평한 마인드다. 대단한 재주도 없는 주제에 이 무슨 여유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