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tory ‧   역사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 일본 열도는 공포에 휩싸였다. 그해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의문사가 전년도보다 수십 배 늘었고, 이상할 정도로 추운 날씨가 계속되었으며, 대지가 뒤집히기라도 한 듯 땅을 울리는 괴현상이 지속되었다. 일반인은 이 원인 모를 재앙에 속수무책으로 떨었으나, 일본의 퇴마사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이것은 요괴의 소동이라고.

일본에는 오래전부터 요괴라고 불리는 인간이 아닌 사악한 존재들이 존재해왔다. 이들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은 퇴마사라 불렸으며, 수 세기 동안 요괴와 퇴마사의 전투는 일본의 역사와 설화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복숭아에서 태어나 악한 요괴를 섬멸한 모모타로의 전설이나, 가난한 농부가 신비로운 종을 얻어 요괴를 퇴치한 스즈노야 이야기도 요괴와 퇴마사의 격돌을 그린 실화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요괴는 평범한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았기에, 이 모든 사건은 시대를 거치며 전설로만 전해져 내려왔다.

일본 전역의 퇴마사들은 300년 전의 그 해를 저주받은 해라고 불렀다. 여태껏 요괴와 퇴마사의 싸움은 균형을 이루고 있었으나, 그 해를 기점으로 요괴의 힘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급격히 강대해졌다. 그 결과, 퇴마사들은 더는 요괴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그들의 위력에 압도당했다. 절망에 빠진 일본은 바다 건너 외국에서 강력한 엑소시스트들을 초빙했으나, 요괴들의 무차별적인 폭주는 누구도 멈출 수 없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일본 정부는 충격적인 결단을 내린다. 요괴들을 한곳으로 몰아넣은 뒤,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의 가미카와 지방 깊숙이 위치한 마을을 산사태로 매몰시키기로 한 것이다. 미처 대피하지 못했던 마을 주민들과 요괴들이 뒤섞인 채 산 아래에 묻혔고, 그로 인해 천여 명의 주민과 백여 마리의 요괴가 함께 땅 속으로 사라졌다. 사건 이후로 마을로 이어지는 모든 길은 철문으로 봉인되었으며, 그곳은 영영 금지된 땅이 되었다.

한날 아침에 사라진 마을과 그에 따른 괴담은 지금까지 계속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그것을 사실로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이를 단지 오래된 도시 괴담이나 민속적 허구로 치부할 뿐이다.

하지만 그 깊은 어둠 속, 버려진 마을은 여전히 존재한다. 산 아래 묻힌 생존자들과 그들의 후손들은 폐허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이루었다. 그곳에는 어둠과 공포의 경계가 무너진 채로, 지상의 세계와는 다른 규칙이 지배하는 독특한 생태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21세기 현재, 우리는 그곳을───쿠로쿠모 언더그라운드라고 부른다. 

Definition ▎쿠로쿠모 언더그라운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상과 분리된 지하 도시.

Definition ▎그라운드: 지상. 현대 일본 사회를 뜻한다.